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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그 후 이야기

사이렌이 울릴 때 - 이승우

기획특집 날개 그후이야기 01 날개, 이어쓰기 한국의 모더니즘 문학사를 개척한 이상의 대표작 <날개 /> 6명의 작가가 모여 다양한 상상력으로 펼쳐 보았습니다. 이상의 소설에서 감동과 여운을 되새겨 보시기 바랍니다. 기획특집 날개 그후이야기 01 날개, 이어쓰기 한국의 모더니즘 문학사를 개척한 이상의 대표작 <날개 /> 6명의 작가가 모여 다양한 상상력으로 펼쳐 보았습니다. 이상의 소설에서 감동과 여운을 되새겨 보시기 바랍니다.

경성역 티룸에서 나와 한참을 걸었다. 나의 그녀는(이렇게 부르는 것을 이제 그녀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전에는 부끄러워했지만 이제는 언짢아할 것이다. 전에 부끄러워하는 그녀를 받아들였던 것처럼 이제 언짢아하는 그녀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부끄러워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고 또 어떤 면에서 달콤했지만, 언짢아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렵고 어떤 면에서도 달콤하지 않다. 그녀가 ‘나의 그녀’라고 부르는 내 목소리를 더 이상 듣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까? 그녀가 내 목소리가 미치는 거리 안으로 들어오지 않을 작정을 했다는 것을? 아니, 그런 작정을 한 것은 나인가? 다행한 불행이라는 말이 성립이나 되는가? 나는 자조와 탄식 말고는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시계를 보고 플랫폼에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남자에게 가야 한다며 일어났다. 그녀의 표정에는 어떤 아쉬움도 미안함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의 자세는 지나치게 꼿꼿해서 누군가 만들어놓은, 아무 감정도 담길 줄 모르는 조형물처럼 보였다. 플랫폼까지 데려다주겠다는 나의 제안을 그녀는 고개를 두 번 아주 살짝 옆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거절했다. 그러면 안 되는 걸 알지 않느냐, 하고 말하는 것 같았는데, 나는 그녀가 입 밖으로 내지 않은 그 말에 도리 없이 설득 당했다. 그녀와 여행을 떠나기로 한 남자가 누구인지 나는 모른다. 나와 전혀 다른 부류의 인간이라는 것만은 추측할 수 있다. 옷을 잘 입고 돈을 잘 쓰고 여자들이 혹할 만한 말을 능숙하게 할 줄 알고 진실은 장식품으로도 달고 다니지 않는, 느끼하고 미끈미끈한 남자. 여자들이 그런 남자들을 좋아하는 것을 이상하다고 할 수 없지만, 나의 그녀가 그러는 것은 이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나무라듯 말했다.

내 말은 그녀에게 투정으로 들렸을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다면, 동경에서 몇 년씩 유학씩이나 하고 온 남자가 고리타분하게 왜 이래요? 하고 힐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너무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내가 알던 그 사람이라는 걸 믿을 수 없다. 하기야 그녀의 말대로 시간이 많이 흘렀다. 동경에서 공부하는 긴 시간 동안 잠시도 그녀를 잊지 못했고 오직 돌아와서 그녀와 함께 살 희망으로 버텼다는 말을 나는 하지 못했다. 너무 긴 시간이었어요, 라고 그녀가 먼저 말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그 포괄적인 한 문장으로 모든 걸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어떤 행동을 하거나 하지 말도록 지시하고 있다는 걸 나는 눈치 챘고, 눈치 챈 이상 실행하지 않을 수 없었으므로 마음에 가시가 찔리는 것 같은 통증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무 저항도 하지 못했다. 나는 내가 예민한 사람인 것이 원망스러웠다. 나는 그녀가 경성역 일 이등 대합실 한 곁에 위치한 티룸에서 일어나 플랫폼을 향해 꼿꼿하게 걸어가는 동안 꼼짝도 하지 못했다. 한참 후에 나는 그녀의 커피잔의 커피가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채 그대로 있다는 것을 발견했지만, 내 커피잔 역시 그러하다는 걸 발견하지는 못했다.

빈자리를 찾는 손님들의 원망어린 눈빛과 여급의 재촉을 견딜 수 있는 데까지 견뎠다. 더 이상 자리를 차지하고 버티기가 어려워졌을 때에야 티룸에서 나와 약간 어질어질한 상태로 거리를 걸어 다녔다. 정신이 좀처럼 가동을 하려 하지 않았다. 나는 살 희망을 잃어버렸다는 극심한 자괴감에 빠져서 비틀거리다가 과장된 감정의 포즈에 스스로 속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도 하며 걸었다. 어디를 얼마나 쏘다녔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나에게 무엇을 하겠다는 의지 같은 것이 있었다고 말할 수 없다. 무엇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 역시 있었을 리 없다. 예컨대 미쓰코시 백화점 옥상에 올라간 것이 어떤 의지의 작용과 관련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는 뜻이다. 우연에 개입하거나 우연을 조종하는 초월적 존재의 보이지 않는 섭리를 참고하려는 이들이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내가 자살할 마음을 가지고 그 옥상에 갔다고 섣불리 단정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만일 그렇다면 그 백화점 옥상에서 마주친 한 남자(이 남자의 인상을 한두 마디로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가 입고 있는 어두운 빛깔의 골덴 양복은 소매가 해지고 깃이 말려 들어가 보기 흉했다. 그 안에 받쳐 입은 스웨터는 낡고 더러워 보였다. 직장에 가거나 누구와 만날 약속이 있어서 외출한다면 절대로 입고 나오지 않을 복장이었다. 오랫동안 수염을 깎지 않았고 세수도 하지 않은 것이 분명한 얼굴이었다. 집에서 뒹굴다가 꾸미지 않고 그냥 나온 것이 분명한 모양새였다. 삐쩍 마른, 근육이라고는 1그램도 없을 것 같은 빈약한 몸의 어디에도 기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땅을 지탱하고 서 있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었다. 호주머니 깊숙이 손을 찔러 넣고 금붕어들이 뻐끔거리는 어항 주변을 흐느적거리는 폼이 내 눈에는 흡사 연체동물처럼 보였다. 뼈도 근육도 없는 사람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할까. 그런 볼썽사나운 외모에도 불구하고 초라하거나 궁상맞아 보이지 않은 것이 이상한 일이긴 했다. 단장하지 않은 외모와 걸치고 있는 거친 옷 밖으로 뚫고 나오는 어떤 기운이 느껴졌는데, 그것은 그런 것들에 연연하지 않거나 연연할 이유가 없는 정신이 뿜어내는 일종의 빛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 빛은 먼저 눈에 띄기 마련인 외모의 볼품없음과 처지의 빈궁함에 가려져 당연히 밖으로 잘 표현되지는 않았다. 예컨대 나처럼 예민한 사람이 아니고는 그의 볼품없는 외모와 빈궁한 처지가, 마치 달무리가 달에 대해 그러는 것처럼, 그의 정신의 날카로움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고 느끼지는 못할 터인데, 실제로 나처럼 예민한 사람이 흔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보이는 비참 너머의 다른 그를 본 사람이 몇이나 있을지 의심스럽긴 하다)에 대해서도 자살할 마음을 먹고 백화점 옥상에 올라왔다고 경솔하게 단정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 옥상이 왜 그런 오명을 뒤집어써야 한단 말인가. 나는 아무것도 단정하지 않으려 한다. 그 사람에게 자살할 마음이 있었다고도, 없었다고도 말하지 않으려 한다. 그런 것은 섣불리 단정할 수 있는 성격의 일이 아니거니와 해서도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기획특집 날개 그후이야기 01 날개

그리고 나는 보았다. 세상에 종말이 왔다고 알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정오의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리는 순간, 이제껏 금붕어 주위를 어슬렁거리기만 하던 그 비쩍 마른 사내가 갑자기, 흡사 무슨 지시를 받기라도 한 것처럼 옥상 난간으로 훌쩍 뛰어 올라가는 모습을. 그는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선 채 몸을 잔뜩 웅크리고 양팔을 반쯤 펼쳤는데, 그 모습은 큰 닭이 날개를 펴고 두 발을 곧추세울 때의 모습을 연상시켰으나 비상하려는 닭의 자태와는 달리 아슬아슬하고 위태위태해 보였다. 하기야 비상하려는 닭이 뜻대로 안전하고 완전하게 비상하는 일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니, 아슬아슬하고 위태롭기가 그와 같았다고 해서 이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워낙 순식간에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라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멈칫거렸는데, 그것은 우선 그 사람이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나는 비상하려는 닭처럼 포즈를 취하고 있는 그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비상인지 확신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나에게 비상인 경우에는 어떻게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어떻게 한다는 무슨 매뉴얼 같은 것이 있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니까 나는, 스스로 당착적인 말을 하고 만 셈인데, 그 사람이 비상하려고 했다고 판단했든 그렇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든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을 거라는 점에는 변화가 없다. 내가 멈칫거리기만 할 뿐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있는 사이에 남자는 팔을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무슨 말인가를 중얼거렸는데, 그 동작은, 떨어질지도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희극적이었다. 주문을 외는 듯 같은 말을 반복했지만 다섯 걸음 정도 떨어져 있는 내 귀에는 정확하게 들리지 않았다. 날개, 라는 단어를 들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그 사람의 몸동작 때문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아닌 게 아니라 그때 나는 파드득거리는 닭의 날갯짓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것이 세상의 종말이 오고 있으니 대피하라고 외치는 듯한 정오의 사이렌 소리가 워낙 유난해서 다른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 사람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한 것도 그와의 거리 때문이 아니라 사이렌 소리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낮의 요란한 사이렌 소리는 내게서 현실감을 빼앗고 엉뚱한 세계 속으로 의식을 끌고 갔다. 그가 닭처럼 날 수 있겠다고 생각했거나 그렇게라도 날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면 아마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옥상에는 그 사람과 나, 어떻게 하려는 건지 판단할 수 없는 그와 그 사람이 어떻게 하려는 건지 판단할 수 없어 어떻게 하지 못하고 멈칫거리기만 하는 나 말고는 없었다. 누군가 그 장면을 보았다면, 두 명의 성격파 배우가 연극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 나도 그제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와 나는, 색깔만 다를 뿐 같은 옷을 입고 있고 체구도 비슷한 편이었다. 관객들이 두 사람이 쌍둥이처럼 꼭 닮았다고 여긴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역할을 바꿔 한다고 해도 알아차릴 관객이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 문득 이 흥미로운 연극을 보러 온 관객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워졌다. 그러자 어디서 비롯한 것인지 단정할 수 없는 의욕이 불쑥 솟구치는 걸 느꼈는데, 그것은 내게 주어진 이 연극의 배역을 거부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충실히 잘 해내고 말리라는 것이었다. 어쩌면 그렇게 함으로써 무작정의 내 산책의 목적지가 왜 미쓰코시 백화점 옥상이었는지를 밝혀내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왜 여기 왔는가는 연극 속의 그가 왜 여기 왔는지를 통해 해명될 수 있으리라는 야릇한 희망이 그 연극에 더 몰두하게 했으리라고 추측할 수 있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도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도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도시의 멱살을 쥐고 흔드는 것 같던 사이렌 소리가 멈추자 세상이 갑자기 고요해졌다. 그러자 난간에 위태위태하게 서 있던 사람의 몸이 순식간에, 타이어에서 공기가 빠지듯 그렇게 허망하게 쪼그라들더니 그대로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그러고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연극이 끝나 버린 것인지, 아니면 다음 막으로 이어지는 것인지 분간해 내야 했는데, 그 분간이 사실은 내 결정에 속하는 일임을 못이 벽에 박히듯 확고하게 인지하지는 못했다.

어떤 분간도 선명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어중간한 상태에서 나는 그 사람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지금이야말로 내 배역의 대사를 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을, 어둠 속에서 손짓으로 보내는 연극 연출자의 지시를 받기라도 한 것처럼 저절로 알아차렸다. 나는 내 몫의 대사를 숙지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당황하지 않았는데, 이해하기 어렵지만 누군가 내 입 안에 내가 해야 할 말을 넣어준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 몫의 대사를 했다.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럴 땐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육신이 흐느적흐느적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처럼 맑소…….”

바닥에 누운 채 나를 올려다보는 남자의 눈에서 나는 어떤 간절함을 본다. 나는 그가 나를 말리고 싶은데 손과 발을 움직일 수 없어 눈으로만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그가 왜 움직일 수 없는지, 무엇을 말리고 싶어 하는지는 알 수 없다. 내가 아는 것은 다만 그가 혼신의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가 나를 쌍둥이처럼 닮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도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방들이 다닥다닥 붙은 그 골목 33번지에서 그를 보았다는 사실을 나는 그에게는 물론 나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다.

그녀가 먹게 한 아스피린이 아달린이라는 사실을 그가 알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다. 그것은 그녀도 모르는 것이다. 아니, 그녀라면 내가 아스피린이라고 준 것이 아달린이라는 걸 알고서도 모른 체했을 수 있다. 그랬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가 그녀가 준 약이 아스피린이 아니라 아달린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먹었는지 나는 궁금해 하지 않을 생각이다. 나는 그녀가 그를 존중하지도 않고 무서워하지도 않고 무시하고 시원찮아한다고 느꼈지만,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그녀가 그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느끼지 못했다, 느끼지 못하기를 바랐다.

그녀는 그를 ‘박제가 된 천재’라고 부르고, 그가 천재이기 때문이 아니라 박제가 되어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사랑을 버릴 수 없다고 했다.

천재는 사랑하지 않을 수 있지만 박제가 된 천재는 그럴 수 없다는 그녀의 말을 나는 마음에 담아두지 않으려 했다.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고 이해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지만 그녀는 내가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그녀는 확고했고 전혀 양보할 의향이 없었다. 나는 혼란스러웠지만 도리가 없었다. 알 수 있는 것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 바닥에 누운 채로 나를 올려다보는 남자의 눈이 보내는 신호를 나는 수신하지 못한다. 나는 그가 나의 무엇을, 아니면 다른 누구의 무엇을 말리고 싶어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나는 무엇을 해서 그에게 말릴 기회를 줄 수 있을지 이해할 수 없다. 그 순간 정오의 사이렌 소리가 다시 들린다. 세상의 멱살을 부여잡고 흔드는 것 같은 맹렬한 소리. 알겠다. 사람들은 모두 네 활개를 펴고 닭처럼 푸드덕거리는 것 같다. 알겠다. 그가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하려다 하지 않았는지, 나의 무엇을 말리려 하는지 알겠다. 그렇지만 그는 말리려는 신호를 줌으로써 나로 하여금 바로 그 일, 그가 말릴 일을 하게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이 틀림없다. 안다면 그런 신호를 보내서 나를 난간에 올라서게 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옥상 난간에 올라서서 몸을 반쯤 웅크리고 양팔을 반쯤 펴고 푸드덕거린다. 내 동작은 위태위태한 자세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희극적으로 보일 거라는 걸 나는 안다. 내 입에서 내 배역의 대사가 나온다. 나는 그것이 나의 마지막 대사라는 것을 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이승우 작가 사진

〃 작가소개 〃

이승우 소설가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1959년생
소설집 『모르는 사람들』 『미궁에 대한 추측』 『신중한 사람』, 장편소설 『사랑의 생애』 『지상의 노래』 『생의 이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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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8-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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