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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읽거느 새단장 기념 이벤트 2016.01-18~02.29광화문 읽거느 새단장 기념 이벤트 2016.01-18~02.29

디쉬인사이드

오늘도 부르는 소주 찬가

디쉬인사이드 : 오늘도 부르는 소주 찬가
디쉬인사이드 : 오늘도 부르는 소주 찬가
디쉬인사이드 : 오늘도 부르는 소주 찬가

한국인의 술은 뭐니뭐니 해도 소주다.
언젠가는 소주와 함께 쏘주도 맞는 표기라고
국립국어원에서 추가해 줄 것 같은 기세로 된발음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아는 이들은 아는 어느 곰탕집에는 ‘냉수 한 컵’이라고 불리는 숨은 메뉴가 있다.
대낮이나 아침에 혼자 와서 곰탕을 안주 삼아 반주는 한 잔 하고 싶은데
한 병 시키기는 심리적으로 좀 그런 손님들이 부담없이 소주 반 병을 주문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걸 암호처럼 ‘여기 냉수 한 컵 주세요’ 그러면 통한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소주는 바로 그런 술이다.

디쉬인사이드 : 오늘도 부르는 소주 찬가

소주는 맛있어서 좋다

오늘 이야기는 바로 물같이 투명한 소주다. 우선 밝히자면 나는 우리나라 소주가 참 맛있다. 그리고 매우 깔끔한 술이라는걸 오랜 세월 입으로 확인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소주가 참 맛있어서 좋다고 하면 미각이 덜 발달하거나 왜곡된 내셔널리즘에서 비롯된 괜한 고집을 부리는 사람처럼 보는 시각도 있다. 숱한 사람들이 '삼겹살에 쏘주 한 잔 카~', '뭐니 해도 쏘주가 최고야~' 이런 표현을 입에 달고 사는데도 그건 달리 선택이 없어서 그런 것뿐이고, 소주는 그냥 형편없는 술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 소주가 오래 전부터 생산량으로 볼 때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술이 되었는데, 그것과 무관하게 '쏘주'는 여전히 한 쪽에서 천대를 받는 것 같기도 하다.

엄청나게 마셔대면서도 화학주, 싼게 비지떡, 조미료 넣은 맛, 알코올에 물 탄 맛 등등… 여러가지 표현으로 한국의 소주는 마실만한 좋은 술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마시는 주종이 된 것 같은 이미지이기도 하다. '서민의 애환을 달래주는', '어려운 시절을 함께 한' 같은 표현 역시 친근하지만 결국은 소주는 돈이 없어 마시는 술이라는 뉘앙스를 풍기기는 마찬가지다. 난 소주가 싫다, 맛이 없다고 확실한 자기 취향을 가진 사람들은 그걸로 좋다.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최고급 와인도 싫은 사람에게는 맛없고 떫은 술일 뿐이니까. 안타까운건 소주를 좋아하고 늘상 맛있게 먹는 사람들 중에도 '내 입맛이 저렴해서', '습관이 되어 익숙해져서‘ 그런거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언젠가는 꼭 하고 싶었던 '쏘주'라고 불리는 한국산 소주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처음에 이 글의 제목을 '소주를 위한 변명'이라고 썼다가 고쳤다. 자칫하면 맛이 없거나 질이 안좋은 술을 변호하기 위하여 나선 것 같은 오해를 살지도 몰라서이다. 소주는 동정을 받을 만큼 품질이 떨어지는 술이 아니라 진짜로 맛있고 좋은 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녀관계라 상당히 조심스러운데, 한국의 일부 소비자와 소주의 관계를 굳이 비유를 하자면, 정성스럽게 밥이요 가사요 모든 뒷바라지를 하는 아내에게 늘 '저런 무식하고 못생긴게… 델구 사는 내가 한심하지. 조금만 기다려라. 배만 들어오면 당장 내쫓고 이쁘고 젊은 색시 얻어서…'라고 늘 불평하는 남편과 그런 남자에게 묵묵히 헌신하는 부인의 관계 비슷하지 않나 싶기도 했다. 그러나 말없이 견뎌내는 그 부인은 실제로 현명하고 아름답다는게 나의 지론이기도 하다. 나는 특히 한식을 먹을 때는 와인이나 위스키 혹은 다른 고급 술을 선택할 수 있어도 기꺼이 소주를 시킨다. 그러다가 외국에서 한국의 소주를 잘 평가해주는 프로그램들이 나와서 기뻤다. 헐리우드 스타 휴잭맨과 세계적인 스타 셰프 장 조르주가 나오는 <김치 크로니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그들이 소주를 맛있게 먹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방영되어 외국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는 TV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과 <이태원 클라쓰>를 보고 소주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구나 느꼈고 그래서 반가웠다. 사실 지난 십여 년 동안 제작된 한국영화 수천 편을 조사해 보면 사극 빼고는 소주가 등장하지 않는 영화를 골라내기가 더 힘들 정도일 것이다. 그만큼 생활에 밀착한 존재이기 때문에 살아가는 모습을 묘사하는데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알아둬야 할 것은 오늘날 우리가 마시는 한국 소주의 고유한 맛은 몇몇 소주업체 개발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기호와 결정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한국의 소비자들이 오랜 세월 마셔가며 얻어낸 소중한 결정체라는 사실이다. 소주는 역으로 '깡소주'라는 표현이 있듯이 맨술만 마시는 주종이 아니라 대개 음식과 함께 마시는 술이다. 그리고 어떤 맛을 가진 술이 어떤 음식과 잘 어울리냐는 다윈의 진화론은 아니지만 먹고 마시는 사람들의 무수한 경험에서 걸러지고 선택받은 조합이 살아남는다. 수익을 내기 위해 기업은 시키지 않아도 늘 소비자의 변하는 취향을 파악하는 레이더를 풀가동한다. 그러니까 오늘 우리가 마시는 소주의 맛과 품질은 한국 애주가집단의 관능과 경험치가 집적되어 이루어 낸 결과라고 하겠다(거기에 매몰된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희생은 또 다른 이야기지만).

한국 소주는 증류주로서는 달다. 감미료가 살짝 들어가서 그렇다고 한다. 고구마나 타피오카 등 주정을 얻어낼 수 있는 전분을 많이 포함한 원재료를 발효시켜 고순도의 주정을 얻어낸 뒤에 물로 희석하여 알코올 농도를 맞추고, 감미료 등을 살짝 넣어서 우리 입맛에 익숙한, 요새 마시는 소주가 만들어진 것이다. 워낙 많이 만들다보니 도가 터서, 우리나라가 주정을 깨끗하게 뽑는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들었다. 메이커는 알코올 농도를 높여봐서 소비자가 그쪽으로 호응하면 더 높일 것이고, 낮춰봐서 호응하면 더 낮출 것이다. 달착지근한 맛에 더 호응을 하면 감미료를 더 넣을 것이요, 순수 알코올의 쓴 맛을 선호하면 그쪽으로 다가갔을 것이다. 그러니까 오늘 마시는 소주의 바로 그 맛은 한국 대중의 기호에 가장 접근한, 한국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맛이라고 추측한다.

소주를 마시는 시간, 소주를 마시는 사람들

디쉬인사이드 : 오늘도 부르는 소주 찬가

<보건교사 안은영>은 고등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판타지물이다. 학교 안에서 괴물이 나오고 그런 괴물과 싸우는 초능력자의 이야기인데, 배경은 고등학교 교실, 교정, 옥상, 보건실, 생물실 등 학교 안이 대부분이므로 소주가 등장할 여지가 없다. 6회 에피소드의 짧은 드라마인데 음식 먹는 장면 자체가 거의 없고 학생들이 급식을 먹는 장면이 잠깐 한두 번 나올 뿐이다. 그런데 중간에 교직원들의 회식 장면이 한 번 나온다. 수십 병의 소주가 한 화면에 가득 들어오는 이 장면은 호쾌하다고 할 정도로 소주가 곁들여진 한국 직장인들의 회식 장면을 잘 그리고 있다. <보건교사 안은영>에서 거의 유일한 식사 장면으로,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닌데 상당히 인상적이다. 한국 도처에서 매일 일어나는 무수히 많은 회식처럼 무심히 그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학교 선생님들도 소위 말하는 ‘뒷담화’를 하고, 자신의 혼인 등 개인사를 털어놓고, 상대방의 프라이버시를 술기운을 빌려 슬그머니 염탐하고, 약간의 주사를 부리는 사람이 나오고, 그걸 또 적당한 선에서 받아넘겨가며 마무리하고, 다리가 풀린 사람들이 오가고 등등이 한 씬에 너무 자연스럽게 그려져 있다. 그리고 외국 사람들이 보면 질릴 정도로 많은 빈 소주병이 식탁 위에 쌓여있는 것도 한국인의 눈으로 보면 과장이 아니다. 외국인들에겐 소주는 ‘디스틸드 리큐르’, 즉 증류주에 속한다. 보드카, 진, 위스키, 브랜디, 럼, 테킬라 등과 같은 부류에 속한다는 말이다. 잔으로 마셔야 할 술을 병으로 마시니 그들이 놀랄 법도 하다.

맛도 좋은 소주가 다른 술에 비해 가격도 착하니 사람들이 즐겨 찾을 수 밖에 없다. 음식점에서 한 병에 사오천원, 편의점 앞에서 사마시면 한 병에 천오백원이면 된다. 미화로 한 병에 1달러 조금 넘는 돈이다. 한국 정도 국민소득 수준의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렇게 술을 싸게 마실 수는 없다고 본다. 그런데 소주는 참 평등한 술이기도 하다.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는 술이지만 소주는 돈 있는 사람들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보건교사 안은영>에서는 그렇게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고 경험하는 소주를 마시는 시간, 소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현실처럼 등장한다.

소주를 마시며 희로애락을 마신다

<이태원 클라쓰>는 ‘장가’라는 브랜드로 포차 프랜차이즈를 전개하는 나쁜 사람들에 대항하여 ‘단밤’이라는 포차 브랜드를 운영하여 과거의 원한을 되갚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포차가 이야기의 중심이니 자연스럽게 소주는 수시로 등장한다. 극 중 소주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주인공 박새로이(박서준)가 그의 아버지 박성열(손현주)과 김치찌개 집에서 소주를 마시는 장면이 그렇다. 주인공 부자의 술자리는 한국의 소주문화를 축약해 놓은 것 같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렇다. 주인공 새로이는 전학을 간 학교에서 약한 학생을 괴롭히는 나쁜 학생을 말리다가 그를 두들겨 팬다. 그리고 자신은 잘못된 일을 하지 않았으니 사과할 수 없다고 한다. 하필이면 맞은 학생이 자신의 아버지가 근무하는 장가식품 회장의 아들이었고, 아버지는 이 일로 퇴사를 한다. 그리고 그 날 밤 아버지는 아들을 김치찌개 집으로 데려간다. 찌개 하나를 올려놓고 부자가 술을 마신다. 둘의 대화가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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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유로든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어. 넌 오늘 잘못을 한거구 벌을 받은거야.”
“아빠는요. 아빠는 죄가 없는데 왜 회사를 그만 둬요?”
“니 소신처럼 아빠로서 지켜야할 소신도 있는거지. 술은 좀 하냐?”
“학생이 왜 술을 마셔요?”
“너 이제 학생 아니잖아.”

아버지는 아들에게 소주를 한 잔 따라준다. 그러면서 자신에게도 ‘따라 봐’ 하고 시킨다.
아들이 따르려고 병을 잡자 이렇게 말한다.

“오른 손은 상표가 안보이도록 잡구, 왼손은 거들듯이. 너무 꽈악 채우지 말고 반 쪼금 넘게. 옳지, 옳지. 자아 한잔 할까?”

아들이 술잔을 들자 또 한마디 한다.

“마실 때는 고개를 살짝 돌리고. 응, 그래.”

그리고는 둘이 단숨에 들이킨다. 빈 잔을 내려놓으며 묻는다.

“술 맛이 어떠냐?”
“달아요.”

아버지는 웃으며 말한다.

“오늘 하루가 인상적이었다는거야.”

그리고는 아직 미성년자인 자신에게 이런거 가르쳐도 되냐는 물음에 ‘원래 술은 아버지한테 배우는거야’라고 답하며 쭉 들이키더니 한마디 내뱉는다.

“아, 나두 달구나.”

이 부자간의 음주 장면을 카메라는 가게 밖 창문에서 시작하여 다시 창 밖으로 빠져나와 잡는다. 이 장면에는 한국인들과 소주와의 관계가 여러모로 잘 드러나 있다. 기뻐서 함께 마시고, 슬퍼서 함께 마시고, 애환을 털어내느라 혼자 마시고, 그리고 거기에는 이런 저런 예법이 있고, 워낙 자주 마시니 그날 그날의 컨디션을 그날의 소주맛으로 가늠하고 등등이 그것이다.

언제부터 이렇게 한국 영화나 드라마 속에 소주가 등장하였나 싶어 좀 찾아보았다. 60년대 만들어진 영화의 술 마시는 장면에는 대개 막걸리가 등장한다. 한국 영화의 새로운 발전과 변혁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이장호 감독의 1974년 작품 <별들의 고향>에서는 양주와 칵테일을 마시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주인공 경아(안인숙)가 술집 호스테스로 일한다는 설정이니 그렇기도 하고, 영화는 판타지라서 실생활보다 업그레이드 된 묘사가 많던 시절이기도 했다. 맥주를 마시는 장면도 나온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갈 데까지 간 경아가 혼자 알코올 중독처럼 술을 마실 때 소주를 마신다. 그리고 쓸쓸하게 죽어간 그녀를 화장하여 한강에 유골을 뿌려주며 주인공(신성일)은 소주를 한강에 뿌리고는 병나발을 분다. 소주가 이렇게 가난하고 비참한 생활을 그려내는 술로서의 이미지를 벗어나 한국 영화에서 밝고 즐거운 음료로 묘사된 것은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면서부터였다. 삼겹살과 함께 하는 단란한 가족의 식사나 동료들과의 회식에 소주가 등장하는 것은 실생활을 리얼하게 묘사하는 영화라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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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미국에 머물던 시절, 어느날 갑자기 한국에서 마시던 소주가 먹고 싶어졌다. 소주를 외국에 수출하는, 그런 상황이 아니던 시절이었다. 몇날을 궁리하다 어느 인편에 부탁을 하였고, 드디어 한국 소주가 도착하여 설레는 마음으로 이를 마셔본 적이 있었다. 이렇게 달았나 싶을 정도로 많이 달았다. 미국에서 위스키나 버본을 마시는데 길들여진 입맛에 한국의 소주가 너무 달았던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일본에 머물던 시절, 일본 야키니쿠집과 이자카야에서 한국에서 수입한 소주를 팔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수출용 소주는 마시면 너무 쓰기만 하고 한국에서 마시던 맛과 달라서 또 실망했던 적이 있었다. 수출용 소주와 국내용 소주가 감미료 등의 조제방법이 달랐다고 들은 기억이 있다.

영화, 드라마, 스포츠, 게임 그리고 최근엔 방역까지, 각 분야에서 한류가 무서운 기세로 세계로 뻗어나가는 요즈음 상황을 보면서, 한국인이 수십 년 동안 때로는 간을 혹사해가면서까지 만들어 낸 소주 문화가 얼마나 퍼져나갈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중국, 일본에서 한국의 소주를 찾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미국에서도 소주의 위상은 나날이 높아져 LA에서는 소주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이나 알코올 음료를 제공하는 힙한 바들이 많이 생겨났다고 한다. 가격도 그렇게 싸지 않은데, <기생충>이 나오고 BTS가 활약을 하니 또 어떻게 변했는지 빨리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어 직접 가서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 본 콘텐츠에서 내용 설명을 위해 삽입한 이미지는 해당 영화와 드라마 장면을 활용하였음을밝힙니다.

영화제작자. SCS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 이주익

이주익

영화제작자

영화제작자. SCS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영화 <워리어스 웨이>, <만추>, <묵공> 을 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음식과 요리에 관심이 많아,취미로 음식에 대한 연구를 했고 음식 전문 서적 수천 권을 보유중이다. 음식 관련 영화와 TV 드라마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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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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